‘리조트 운영의 달인’으로 불리는 호시노리조트(星野リゾ?ト)의 호시노 요시하루 대표. 호시노 대표와의 만남을 위해 6개월을 기다렸다. 필자가 이 시리즈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가장 만나고 싶은 경영자였다. 그가 관여하면 고스트 타운으로 붕괴되던 온천 관광지가 활기를 찾고, 호시노리조트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지역에는 관광객이 몰린다. 미디어에 노출도 많이 되고 그의 경영 신화는 수많은 프로그램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그런 호시노 대표를 직접 만나 경영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호시노 대표의 경영자로서 삶은 가업인 호시노리조트 가루이자와(星野リゾ?ト?井?)에서 시작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가업을 이어받을 당시, 그는 미국의 시티은행에서 일한 후 코넬대 대학원에서 호텔경영학 공부를 마친 상태였다.
미국에서 경험과 지식을 쌓은 그의 눈에 비친 호시노리조트 가루이자와는 오래되고 관습에 얽매인 낡은 여관이었다. 그가 바라는 젊은 층이나 외국인 관광객들이 숙박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는 부족해도 너무 부족해 보였다.
호시노 대표는 취임 직후 이렇게 타성에 젖은 여관을 바꾸기 위해 선대가 아끼던 나무들을 자르는 등 모든 것을 바꾸기 시작했다. 물론 이러한 그의 행동에 대해 선대부터 일해 온 직원들은 부잣집 도련님의 횡포라며 반발했다.
그렇지만 호시노 대표의 공격적인 경영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선대 회장을 해고하는 결단까지 내렸다. 호시노 대표에게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는지 묻자 가족경영을 제대로 하려면 반드시 선대 회장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즉 충돌을 예측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업을 이어 받는 구색 갖추기식의 가족경영을 하려면 충돌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제대로 하려면 충돌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렵게 경영권을 이어받은 호시노 대표는 버블 경기가 붕괴되고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불황이 한창이던 때, 연쇄 도산하는 호텔 및 여관이 증가하자 이를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의 호시노리조트를 만든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였다.
호텔은 부동산업이 아닌 서비스업
1980년대 버블 경기가 붕괴된 후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급락했다. 이러한 시장의 동향을 본 호시노 대표는 부동산의 소유가 더 이상 기업의 자산이 아니라 오히려 성장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고참 직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호시노리조트 가루이자와 외에 가지고 있던 모든 부동산을 매각했다.
대신 그는 당시 호텔과 여관 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로 포화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앞으로 숙박시설이 살아남을지 망할지는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이 생각을 바탕으로 호텔과 리조트의 운영을 위탁받아 경영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호시노리조트의 주사업으로 내걸었다.
종래에는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경우 일일이 부동산을 구입해서 건물을 완성하고 직원들을 채용해서 제대로 운영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한 것이다.
실제로 당시 호텔 및 여관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일본 내에 전무했다. 그런 상황에서 호시노 대표는 호텔 사업은 좋은 입지, 시설 그리고 서비스를 모두 갖추어야 전개할 수 있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선례를 만들었다.
그런데 호시노 대표에 따르면 숙박시설 위탁 운영 서비스 모델이 성공한 배경에 특별한 노하우가 있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개개의 시설에 대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다양한 도전을 추진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그에게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해 줄 수 있느냐고 묻자 뜬금없이 스키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자신의 취미가 스키인데 스키와 관련된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면서 후쿠시마현 반다이마치에 스키장을 가진 반다이산온천호텔을 소개했다.
방사능 노출된 후쿠시마 지역 호텔의 부활
후쿠시마현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방사능 오염 등으로 관광객이 뚝 떨어졌다. 복구가 진행되는 가운데에도 방사능에 관련된 우려 때문에 좀처럼 관광객이 모이지 않았고 언제 도산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호시노 대표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키장이 있는 반다이산온천호텔이 이처럼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을 알고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위탁 운영 제안을 받아들였다.
주변에서는 후쿠시마 지역의 호텔 재생은 매우 힘들 것이므로 거절하는 것이 낫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공격적인 경영을 원칙으로 하는 호시노 대표의 눈에는 이러한 반대의 목소리가 수익 창출의 신호로 여겨졌다.
호텔 운영을 위탁받기로 결정한 후 그는 직원들과 회의를 거듭했다. 그러던 어느 날, 스키를 타고 나서 다음날이 되어 돌아갈 채비를 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체크아웃이 오후라면 오전에 한 번 더 스키를 탈 수 있을 텐데….’
1년에 두 달 이상을 스키를 타기 위해 일본의 스키장 혹은 뉴질랜드에서 시간을 보내는 호시노 대표로서는 자연스러운 욕망의 표출이었다.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그는 직원들을 모아 호텔 체크아웃 시간을 오후 3시로, 체크인 시간은 오후 4시로 하는 것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직원들은 놀란 표정으로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스키를 즐기는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오전에도 스키를 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텐데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멈추지 않았다. 직원들에게도 그 답을 찾도록 숙제를 내주었고 결국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체크아웃 시간을 오후 1시까지 늦추는 데 성공했다.
그러자 반다이산온천호텔에 점점 고객이 늘기 시작했다. 체크아웃하는 당일까지 스키를 탈 수 있다는 사실이 스키 애호가들 사이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스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욕구에 주목한 호시노 대표의 저돌적인 경영 방식이 후쿠시마라는 최악의 환경에서 호텔을 살리는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업계 발전의 기회
호시노 대표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너무 과거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숙박업계를 둘러싼 미래의 이슈로 주제를 바꾸었다. 특히 최근 일본에서 민박업 관련 법 개정 이후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 공유 서비스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숙박업체들이 에어비앤비 서비스가 확대되면 될수록 수익이 줄어들 텐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 보았다. 질문이 끝나자마자 호시노 대표는 바로 자신감 있게 말했다.
“저는 민박을 허용해 에어비엔비가 합법적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게 한 지금의 상황에 찬성합니다. 에어비앤비 서비스는 이미 전 세계 190개국 2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에어비앤비의 도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의 사고방식은 예전에 서양 문물이 들어오는데 쇄국을 하자고 한 이들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다른 나라들은 모두 에어비앤비를 허용하는데 일본만 그것을 막는다면 결국 국내 숙박업은 점점 세계로부터 소외되어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오히려 에어비앤비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 일본에서 활발히 전개되면 그것이 자극제가 되어 숙박업 전체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에어비앤비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한 것처럼 앞으로 숙박 분야의 규제가 더욱 완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호시노 대표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역시 그는 이미지대로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기회로 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더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싶어졌다.
“지금 현재 일본에서는 도쿄올림픽을 기회로 삼아 호텔 건설 붐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렇게 호텔이 증가해도 괜찮은가요.” 필자의 이 질문에 호시노 대표와 인터뷰 중 처음으로 부정적인 답변이 나왔다. “괜찮지 않습니다”라고.
공급 과잉은 도약의 시작점
그의 답을 들으며 올림픽을 맞이해 전개되는 지금의 호텔 공급 과잉 현상은 호시노리조트조차도 수익을 압박하고 위기를 초래하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보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호시노 대표의 답변을 계속 듣다보니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것이 너무 성급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 세계의 도시를 보면 뉴욕, 런던, 시카고, 파리 등 대도시의 숙박업체는 공급 과잉과 수요 과잉이 10~15년 주기로 교대로 찾아옵니다. 먼저 공급 과잉이 되면 당연히 새로운 호텔이 유리하고 오래된 호텔은 고전하게 되는데 여기서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오래된 호텔들이 살아남기 위해 리노베이션을 시작하는 거죠. 그러면 이들 호텔들이 다시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되고 새로운 호텔들이 뒤로 밀려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 호텔 역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콘셉트를 가져온다든지 자구의 노력을 하게 됩니다.”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결국 이와 같은 순환관계가 숙박업계 전체의 수준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공급 과잉이 일어나지 않는 도시는 진화가 일어나지 않고 수요가 따라오지 않으면 도시는 성장하지 않아요. 이 점에 주목하면 도쿄올림픽은 새로운 호텔이 대거 등장하면서 동시에 퍼포먼스가 좋지 않은 호텔이 대거 사라지는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꿈이 있기에 가능한 도전과 긍정
호시노 대표는 공급 과잉으로 인해 숙박업계의 과열 경쟁이 진행되고 그 가운데 퇴출당하는 호텔이 증가하는 상황조차도 도약의 기회로 보고 있었다. 필자는 그런 호시노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그의 사전에는 ‘위기’라는 단어 대신 오직 ‘기회’라는 단어만 존재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경영자들은 긍정적인 관점을 가지고 실패를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이 말은 쉽지만 정말 실천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호시노 대표는 아주 쉽게 모든 어려운 상황을 기회로 보고 이를 정말 성과로 만들어 내고 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그것은 바로 호시노 대표에게는 궁극적인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한때 일본 사람들의 전유물이던 스시가 지금은 전 세계인이 좋아하는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이 된 것처럼 일본의 숙박시설 료칸을 전 세계인이 애용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호시노 대표에게 에어비앤비의 확대 혹은 호텔의 공급 과잉 등은 아주 작은 문제일 뿐이다. 즉 기업의 경영자가 큰 꿈을 실현하기 위한 목표의식을 확고히 가지고 있다면 세상이 말하는 큰 문제도 사소한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면 항상 공격적인 자세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인터뷰 박윤 일본 경제경영 칼럼니스트 hunhope@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