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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화의 비가역성과 위드 코로나 뉴노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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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서 그 이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초래한 변화들 중 상당 부분은 쉽게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는 비가역성(Irreversibility)을 가진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완전히 달라진 뉴노멀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은 “우리가 정상으로 돌아간다고 했을 때 그 ‘정상’은 코로나19가 일어나기 전의 상태를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라 단언했다. ‘위드 코로나’라는 표현이 시사하듯이 앞으로 오랜 기간 인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하며 이는 이전의 세상과는 전혀 다르다.
    이러한 관점에서 개인과 조직, 국가를 막론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새로운 원칙과 방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재설계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즉 지금은 위드 코로나 패러다임을 찾기 위한 새로운 비전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영과 경제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된 수많은 경영과 경제의 변화들 중 다섯 가지를 꼽아 제시해 본다. 바로 ‘온라인 시장 중심의 초경쟁 경제’, ‘세계화와 탈세계화의 균형’, ‘민첩성 중심의 고신뢰 조직’, ‘비대면 원격근무의 확대와 혼합형 근무방식’, ‘지속가능경영의 확산’이다.




    시장과 경쟁의 변화
    온라인 시장 중심의 초경쟁 경제

    시장과 경쟁의 변화는 단순히 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을 넘어서서 창조적 파괴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경쟁우위를 만들어 경쟁하는 초경쟁 중심의 경제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창립자 클라우스 슈밥은 지난해 발간한 저서 ‘클라우스 슈밥의 위대한 리셋’에서 4차 산업혁명이 기존 질서를 붕괴시키고 세상을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재창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즉 슈밥은 이미 10여 년 전에 시작된 디지털 전환을 통한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가 코로나19 팬데믹이 경영과 경제에 미치는 중요한 영향이라고 본 것이다.
    지난 2년간 기업들의 재택근무나 학교들의 비대면 수업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코로나19가 초래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디지털·온라인 기술의 다양한 가능성을 활용해 사회 다양한 부문들을 근본적으로 재조직화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슈밥의 예측은 현실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기업 경영과 경제 분야에 국한해 볼 때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한 핵심 변화는 시장의 형태가 기존의 유통업체나 상점, 매장 등 물리적 시장에서 탈피해 온라인 시장 중심으로 급격히 전환된다는 것이다. 물론 상호작용의 온라인화는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사회 전반에 걸쳐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경영과 경제 분야에서 온라인화의 속도와 강도 그리고 범위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시장 경쟁 관점에서 볼 때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성장한 온라인 시장은 전통적인 물리적 시장에서는 생각하기 어렵던 다양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면서 시장 경쟁의 규칙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비대면 경제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다양한 창업 기회를 제공하고 창업에 필요한 조건을 대폭 완화함으로써 소규모의 온라인 기반 기업들을 대거 등장시킨 것이다.
    특정 산업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욕구들을 온라인상에서 충족시키는 기반이 되는 플랫폼 기업들이 업계의 주류로 부각되고 있으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가상·증강현실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생 기업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다. 
    온라인 기업들과 시장의 성장은 위드 코로나 이후에도 멈출 것 같지 않다. 기존 오프라인 기반 기업들도 디지털 전환이 시대적 과제라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고 근본적 변화를 실행하고 있는 중이다. 
    단순히 오프라인 채널을 보완하는 구색 맞추기식의 디지털 전환이 아니라 오프라인 채널로는 제공할 수 없는 가치를 창출하는 디지털 전환의 새로운 가능성과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쿠팡의 로켓배송, 나이키의 디지털 플랫폼 등은 기존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제공할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서비스와 체험을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을 유인해 충성 집단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한편 기본적으로 기업의 디지털 전환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채널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점에서도 가치를 창출한다. 온라인 매장은 상품을 보관하기 위한 창고 외에는 고정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며 인건비도 최소화할 수 있다. 
    온라인 시장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전통적 오프라인 시장이 제공할 수 없는 다양한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 이제 소비자들은 PC나 모바일을 이용해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편리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에 가까운 상품의 형태와 특징을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소비자들은 각자 온라인 쇼핑몰에서 자신의 필요와 취향에 맞는 상품을 적시에 정확하게 제안하는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온라인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유망한 신생 기업들의 계속적 등장과 치열한 경쟁은 경계 없는 상시 창조적 혁신을 통한 무한 경쟁이 핵심 규칙인 ‘초경쟁 경제’를 창출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경쟁 환경은 대기업이 소기업과 경쟁하고 소기업이 중소·중견기업과 경쟁하며 서로 다른 산업에 속한 기업들도 서로 경쟁하는 경계 없는 초경쟁이 특징이 될 것이다. 이는 비대면 온라인 경제에서는 기업들이 축적해 온 오프라인 기반 경쟁우위의 가치가 파괴되기 때문이며 온라인 시장에 특화된 전혀 다른 새로운 역량이 경쟁우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시장과 경쟁의 패러다임 전환은 지금까지 오프라인 기반 역량에만 집중해 왔던 기업들에게는 역량 파괴적 위기이지만 온라인 기반 역량을 보유한 기업들에게는 역량 강화적 기회로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산업의 다양한 영역에 전에 없는 새로운 기회를 잡고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들이 대거 출현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경쟁이 더 치열해지며 소비자들은 더 많은 가치를 전달하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집중될 것이다.




    경영·경제 활동의 지역적 범위 변화
    세계화와 탈세계화의 균형

    코로나19 팬데믹이 초래한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세계화의 위험에 대한 인식 확산이다. 
    그동안 세계화의 기치 아래 전 세계를 경계 없는 하나의 시장으로 긴밀하게 연결하던 국가들은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해외 이동을 엄격하게 통제하기 시작했고 선진국들도 ‘탈세계화’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즉 기업들이 코로나19라는 세계화의 위험을 피하고 안정적으로 경영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효율성과 높은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자국 내 공급망 확충을 심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실제로 글로벌화된 기업들은 광범위하게 세계화된 공급망이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예측하기 어려운 위기에 의한 교란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리쇼어링’을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중국을 비롯한 신흥 개발국들의 인건비가 상승하고 스마트팩토리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달로 국내에서도 높은 효율성 확보가 가능해지자 리쇼어링을 고려하는 기업들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는 글로벌 공급망을 단순히 효율성 극대화의 기준만으로 구축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만들었다.
    또한 국가 경제 수준에서 각국 정부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혼란에 대응해 경제활동을 국가 안보의 한 축으로 간주하고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경제적 지역주의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WTO 등을 중심으로 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체제가 상당 부분 수정되고 새로운 국가 간 관계의 질서가 형성되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은 경영활동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자국 내 공급망 확충을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기술적으로도 리쇼어링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상쇄하고도 더 높은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되면서 리쇼어링 추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세계화의 다양한 장점들을 완전히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그동안 지역 간 경계를 초월한 공급망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해 수익성을 전대미문의 수준으로 높였을 뿐 아니라 풍부하고 다양한 글로벌 시장에 대한 개방적 접근성을 활용해 급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치적 어젠다인 국가 중심 지역주의가 경제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 보기 어렵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을 창출해야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공급망의 효율성과 글로벌 시장을 포기하면서까지 지역 중심의 경영활동으로 전면 전환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탈중국 할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 투자가 몰린 곳은 세계 최대의 글로벌 공급망 기지이자 거대한 내수 시장을 가진 중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 대한 외국인의 직접 투자는 2019년 대비 4% 증가한 1630억 달러로 같은 기간 49% 감소한 미국의 1340억 달러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국내에서도 리쇼어링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국내 매출액 상위 1000개의 비금융업 기업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코로나19 발생 이후 글로벌 공급망에 타격이 있었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56.7%였지만 그 대응책으로 리쇼어링을 고려하는 기업은 3%에 불과했다. 
    이렇게 볼 때 위드 코로나 시대의 경영과 경제 패러다임의 설계는 반드시 연결구조의 양면성에 대한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고찰에 기반해야 한다. 단순하게 국가 간 연결을 끊는 방식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즉 위드 코로나 패러다임은 그동안 인류의 오랜 진화와 발전의 핵심 기반이자 현대사회의 구조적 본질 중 하나인 지역이나 국가, 집단 간 경계를 넘어서는 연결의 장점을 심각하게 줄이지 않으면서 팬데믹과 같은 연결의 위험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당분간 패러다임 전환기 동안에는 팬데믹 피해의 강한 인상 때문에 탈세계화 목소리가 상당한 힘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역사적 패러다임 전환은 기존 패러다임을 새로운 패러다임이 선형적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변증법적 정반합의 원리에 따라 두 패러다임 간 패러독스를 넘어서는 새로운 미래를 창조할 것을 요구한다. 
    즉 국가 간 관계의 포스트 코로나 패러다임은 세계화와 탈세계화 간 패러독스를 넘어서는 새로운 균형을 향해 변증법적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기업들은 세계화와 탈세계화 간 상호모순적 요구들을 효과적으로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균형을 지향하는 글로벌 전략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조직 모델의 변화
    민첩성 중심의 고신뢰 조직

    일상적 환경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일반적 위기와 달리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재난급 위기는 불확실성과 긴급성이라는 두 가지 특수한 성격을 가진다. 즉 위기 발생 여부나 시기 자체가 극도로 불확실하기 때문에 미리 치밀한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대비하기 어려우며 일단 발생하면 위기가 점진적으로 심화되는 것이 아니라 극도로 짧은 시간에 걷잡을 수 없이 전체 시스템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기 때문에 초기에 모든 역량과 자원을 총동원해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극도의 불확실성과 긴급성이 특징인 초비상 상황에서는 기업의 대응 정책을 신속하게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는 고도의 ‘민첩성(Agility)’을 가진 새로운 조직 모델이 반드시 필요하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최근 글로벌 선도 기업들 사이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경영 화두가 바로 조직의 민첩성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던 20세기 대량생산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경영 화두가 효율성이었다면 이제는 민첩성의 시대로 대전환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조직의 민첩성은 예측 못한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대해 그 환경 변화의 본질과 대응책을 신속하게 정확히 파악하고 전체 조직과 외부의 모든 역량과 자원을 최단기간에 총동원해 통합적으로 활용, 배치, 전개, 조정하며 신속하고 과감한 실험과 시도를 통해 최단기간 내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내는 역량을 말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자체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불확실성과 긴급성이 핵심 특성인 포스트 코로나 초경쟁 환경은 민첩성이 핵심 특성인 완전히 새로운 조직 모델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대량생산 조직에서 효율성의 역할과 마찬가지로 민첩성은 조직 설계와 경영의 기반 원리이므로 이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직 모델이 필요하다. 바로 ‘고신뢰 조직(High Reliability Organization)’이다. 
    조직이론의 거장인 칼 와익 교수는 예상하지 못한 치명적인 위기가 갑자기 발생해서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전체 시스템이 붕괴될 위험성이 높은 재난적 위기 상황에서 생존과 안전을 확보해 내는 데 필요한 조직은 일상적 상황에서 정해진 과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해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 데 효과적인 관료제 조직과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고신뢰 조직은 불확실성과 긴급성이 극도로 높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예상 못한 재난적 위기 상황에 최적화된 매우 특수한 조직 모델인 것이다.
    고신뢰라는 표현에서 신뢰성(Reliability)이 의미하는 것은 조직 구조나 제도, 운영 원칙 등이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변하지 않는 확고한 불변성을 가진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수시로 급변하는 환경에서 어떤 예측 못한 상황이 갑자기 발생하더라도 적시에 적절하게 대응해 전체 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의지하고 믿을 수 있는(Reliable)’ 조직이라는 뜻이다. 
    이는 특정 구조나 제도를 채택하는 것만으로는 달성되지 않는다. 고신뢰 조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공식 구조나 제도 아래에 내재된 구성원들의 행동과 사고방식, 즉 조직문화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그 동안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신뢰 조직의 핵심 특성은 언제 어디서 어떤 위기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전제 하에 수행하는 광범위하고 개방적인 ‘상시 제로 베이스 환경 감시’, 완벽한 분석과 계획을 기다리지 않고 급변하는 환경에 유연하고 민감하게 반응하고 최대한 신속하게 행동하고 계속 수정 보완하는 역동적 행동을 통해 정답을 찾아내는 ‘행동편향성’, 수시로 급변하는 불확실한 환경에 최대한 신속하게 대응하는 ‘민첩성’, 위기의 원인과 결과 해석 그리고 대응 방안 선택 등에서 단순한 한두 가지 접근법에 경직적으로 집착하지 않는 ‘높은 다양성과 개방성’, 실행 과정에서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오퍼레이션의 ‘초정밀성’, 실패가 발생하더라도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 다양한 새로운 방법들로 다시 대응하는 신속한 ‘회복탄력성’, 예상 못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충분한 ‘완충용 여유 자원’, 특정 개인이 아닌 상황별로 최고 전문가가 주도권을 행사하는 ‘이동 리더십’ 등이다. 
    앞으로도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재난급 위기의 발생 빈도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을 고려해 보면 모든 기업들은 극도의 민첩성을 가진 고신뢰 조직으로 서둘러 전환해야 할 것이다.




    근무형태의 변화
    비대면 원격근무의 확대와 혼합형 근무방식

    본래 원격근무는 몇몇 하이테크 벤처기업들에게서 선호되거나 사내 복지의 형태로 채택되는 근무방식이었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일반적인 기업들도 원격근무 비중을 대폭 늘리게 되었다. 최근 급발전해 온 원격 커뮤니케이션 기술에 힘입어 화상회의나 재택근무가 일상적인 근무방식으로 빠르게 자리 잡은 것이다.
    근로자들도 원격근무에 익숙해지며 그 장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원격근무를 통해 오피스로 출근하기 위해 소모되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으며 과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원격근무에서는 오로지 근무 수행에만 집중할 수 있으며 근무 성과에 대한 개인의 책임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효율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물론 원격근무 체제 하에서 관리자들은 근로자들의 근무 수행 과정을 이전처럼 감시하고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근무방식의 이 같은 변화는 이제 통제 지향적 인적자원관리 패러다임에서 근로자들에게 전폭적인 위임과 지지를 통한 자율 기반 인적자원관리 패러다임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의 내부 근무 시스템과 인적자원관리 및 관행도 원격근무 등 새로운 근무방식에 맞추어 근본적인 재설계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화상회의와 원격 협업을 지원하는 사내 플랫폼 구축, 인사고과와 보상 기준의 변화 등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최근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현실 기술이 상용화되기 시작한 추세를 고려할 때 원격근무가 갖는 한계가 빠르게 보완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근무방식은 상당 부분 가상근무의 형태로 발전하는 질적 변화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페이스북은 향후 10년 내에 10억 명의 인구가 메타버스를 사용하고 수조 달러 규모의 디지털 커머스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라 전망하며 지난 10월 28일 사명을 ‘메타(Meta)’로 바꾸고 5년 내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유수 기업들도 메타버스 생태계에 본격적인 진출을 선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추세를 고려할 때 가상근무는 우리의 삶에 예상보다 빨리 도래할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비대면 원격근무의 확산과 동시에 전통적인 대면근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함께 관찰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해 중반 사업 확장 계획에서 미국 6개 도시의 물리적 사무공간 확대를 발표한 바 있다. 원격근무가 효율적이기는 하지만 협업과 팀워크 측면에서는 대면근무에 비해서 여전히 효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이유다. 
    구글도 지난 3월 사무실과 데이터센터의 확충 계획을 발표했다. 총 19개 주의 시설을 확충해 1만 명 이상의 직원들을 추가로 고용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지난 9월에는 뉴욕시의 오피스빌딩들을 대거 매입하며 ‘구글 허드슨 스퀘어’ 구상을 밝혔다. 순다 피차르 구글 CEO는 “직원들이 같은 공간에 모여 협업하며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이 구글의 중요한 기업문화라 생각한다”며 대면근무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결국 비대면으로도 근무 수행이 충분히 가능해 보이는 IT기업에서도 대면근무의 중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얘기다. 즉 원격근무가 확대되더라도 대면근무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으며 두 방식이 기업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공존하는 ‘혼합형 근무’ 체계가 대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도 거점 오피스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거점 오피스는 대면근무와 원격근무를 혼합해 인력을 분산 배치하면서 대면근무의 이점을 살리는 근무방식이다. SK텔레콤과 롯데쇼핑, 포스코그룹 등은 거점 오피스를 운영하면서 원격근무와 대면근무의 장점을 동시에 살리고 보다 자율적이며 유연한 근무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혼합형 근무방식은 오피스의 운영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뿐만 아니라 근무조건을 유연화해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많다. 무엇보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지속가능한 근무방식이라는 점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혼합형 근무방식은 많은 기업들에게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혼합형 근무방식은 비대면근무와 대면근무의 장점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일종의 ‘양손잡이형 조직(Ambidextrous Organization)’의 시도로서 복수의 상호모순적 압력이 공존하는 패러다임 전환기의 시대적 요구에 적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적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 이해관계자 모델의 변화
    지속가능경영의 확산

    코로나19 팬데믹은 기업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 목적에 관한 규정인 ‘이해관계자’ 모델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며 지속가능경영을 경영의 전면에 올려 놓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전체 사회’라는 새로운 관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성과와 이윤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도 사회적 관점에서 바람직한 경영 행동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즉 전체 사회에 중요한 친환경, 사회적 가치, 바람직한 지배구조 등을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경영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기업의 필수 의무라는 관점이다.
    지속가능경영은 1980년대 중후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이 그 중요성을 갑자기 부각시켰다. 지속가능경영의 구체적 실천 모델은 고객의 사회적 책임(CSR) 등을 거치며 다양하게 변화해 왔는데 최근에는 ESG로 대표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주원인이 강력한 감염력을 가진 바이러스의 출현이 아니라 인간 사회가 가진 연결의 양면성이라는 점을 상기할 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ESG경영의 중요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끊임없이 시도되어 온 기업들의 환경 파괴적 개발이 코로나19의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기업이 자사 중심적 이익 실현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연결망을 확장한 결과로 팬데믹이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다. 
    정부나 기업의 특정 집단에만 집중된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가 팬데믹 위기에 대한 대응능력을 떨어뜨렸다는 평가도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전체 사회구성원들이 환경, 사회, 지배구조 전반의 근본적인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는데 이런 변화는 정부와 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조직들에게 ESG경영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기업들은 거시적 원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지지와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기업의 전통적인 이해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주주와 종업원, 외부적으로는 소비자 집단과 정부 정도로 받아들여졌지만 코로나19와 같은 범세계적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를 중요한 이해관계자로 고려해야만 하게 된 것이다. 
    기업의 역량만으로는 전 세계적 재난 상황을 극복할 수 없기 때문에 경영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상시 발생 가능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 구성원들의 지지와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라도 더욱 중요하다. 
    그렇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지속가능경영을 기업은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기업이 ESG경영을 통해 지속가능경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가치사슬의 변화를 통해 이익을 사회와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전통적인 경영 패러다임이 주주의 이익 극대화라는 철저히 내부 중심적인 것이었다면 지속가능경영 패러다임은 기업을 포함한 사회 전체의 이익 극대화라는 공동체 중심적인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는 글로벌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ESG경영의 선두주자이다. 세계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워터 포지티브’는 자사 글로벌 캠퍼스의 물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물 재활용 시스템을 개발해 재생수 보급을 늘리는 프로젝트다. 자사의 ‘현실 인지 엔진(Perception Reality Engine)’을 활용해 강수량, 지표수 양 등을 데이터로 수집하고 지역별 물 공급 상황을 파악해 위험지역을 식별, 통보함으로써 물 부족 사태를 미연에 방지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1월 기후 문제해결을 위한 ‘탄소 네거티브’ 계획도 발표했다. 그 동안 자사에서 배출한 모든 탄소를 2050년까지 지구상에서 제거한다는 목표다. 탄소 배출에 대한 금전적 책임을 부여하는 사내 탄소세를 도입해 직원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유도했으며 이후 이 정책을 공급 파트너사와 고객에서 발생하는 탄소에도 확대 적용해 구성원들의 창의적인 해결책을 강구했다. 
    글로벌 에너지 관리 및 자동화 전문기업인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지난 16년 동안 자체적으로 ESG지수를 운영하며 친환경적 사업 운영, 전력 소모량 최소화, 사내 균등한 기회 제공 등 다양한 ESG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에너지 및 지속가능성 서비스(ESS)라는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 각 기업의 에너지 효율 및 지속가능성을 분석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솔루션을 제안한다. 또한 직원들의 성별과 나이를 다양화하고 젊은 직원이 중장년 직원을 돕는 역방향 멘토링을 실시해 사회적 가치도 실현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위드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지속가능경영 모델을 제시한다. 기존 가치사슬은 그대로 두고 부가적으로 ESG 요소를 강화한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가치사슬을 제로 베이스에서 고민하면서 근본적 변화를 시도한 결과로 ESG경영을 성공적으로 실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서 변화 리더십의 중요성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한 패러다임 전환의 노력은 기업 경영과 경제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면 각급 교육기관들도 갑작스러운 팬데믹의 발생으로 불가피하게 채택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비대면 교육의 미래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장 심각한 한계와 문제점을 노출한 각국 정부 또한 공공 행정의 기본 틀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고하고 있다. 즉 역사적 대전환기를 살아가는 모든 행위자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는 작업은 무엇보다 시급한 시대적 과제인 것이다. 
    기업들이 이 역사적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서 특히 노력해야 할 분야는 전략적 변화관리다. 포스트 코로나 경영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신구 모델 간의 심각한 갈등과 충돌을 극복해야 하는 도전적 과제이다. 
    따라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내용 못지않게 위드 코로나 패러다임으로의 이행 과정 자체의 관리가 성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새로운 패러다임의 내용이 바람직하더라도 그 이행 과정의 관리가 비합리적이면 패러다임 전환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인류사에 기록된 무수한 혁명 시도들이 그 이상적 내용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실패했듯이 새로운 패러다임 내용의 이상적인 정도와 그 이행 과정의 합리적인 정도는 별개의 이슈이다. 역사적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갈등과 비용, 희생을 최소화하고 성공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전환 과정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역사적 통찰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경영과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 대한 통찰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패러다임의 전환이 발생하더라도 기존 패러다임과 관련된 요소들이 모두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포스트 코로나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에서 핵심은 경영과 경제의 기반 원리와 틀, 즉 ‘설계도’가 바뀌는 것이다. 따라서 패러다임 전환이 발생해도 기존 패러다임의 구성요소들 중 상당수는 계속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기존 패러다임의 잔존 요소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원활하게 융합되지 못하고 충돌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비해 변화 과정을 이끄는 리더들은 새로운 패러다임과 기존 패러다임의 잔존 요소들 간 관계에 대해 치밀하게 분석하고 사전 설계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 관계가 효과적으로 설계되고 관리되지 못하면 패러다임 전환 자체가 실패하고 오히려 과거로 회귀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성공적 전환을 위해서는 전환 과정을 전략적으로 이끌어 나갈 변화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환 과정에서 신구 패러다임 간 관계 설정에는 다양한 전략들이 가능하다. 물론 패러다임 전환의 본질 자체를 고려할 때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성요소들이 중심이 되고 기존 패러다임의 요소들 중 미래에도 가치 창출이 가능한 것들을 선별적으로 선택해 결합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이 과정에서는 기존 패러다임의 다양한 구성요소들에 대한 지속적 미래 가치 창출 가능성을 기준으로 한 제로 베이스 평가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여기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패러다임 전환의 초기 단계에서 신속하게 그리고 의식적으로 이 둘 간의 관계를 합리적으로 설계하지 않으면 어느 틈에 기존 패러다임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고정관념들이 스며들어 새로운 시대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흔히 쓰는 표현인 ‘기득권 세력의 저항으로 인한 개혁의 좌절’이다.
    결국 새로운 경영과 경제 패러다임으로의 역사적 전환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리더들의 역할이다. 기존 패러다임의 개선과 유지가 주 관심사인 일상적인 시기와 달리 완전히 새로운 미래 패러다임을 설계해야 하는 전환기에는 리더들의 판단과 선택에 따라 역사 발전의 방향과 결과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게 된다. 
    패러다임 전환기 리더들의 판단과 선택은 오랜 기간 미래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즉 패러다임 전환기는 긴 역사 발전의 과정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해서 일시적으로만 지속되지만 미래 역사에 오랜 기간 동안 압도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매우 특별한 시기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최고경영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디지털 전환의 결합을 계기로 본격화되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100년 만의 역사적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전략을 신속하게 확립해 철저하게 실행해야 할 것이다. 짧은 시기 동안의 선택이 국가나 조직, 개인의 미래 운명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는 역사에서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 지금이 바로 그런 역사적 대전환기이다. 

     
    1) Levine, E. & Munguia Gomez, D. ‘“I’m just being honest.” When and why honesty enables help versus harm’,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20(1), 33–56(2021)
     

     
      


    출처 : 월간 CHIEF EXECUTIVE 202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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