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 ‘도구의 배포’ 넘어 ‘일의 재설계’로ㅣ2026 KMAC Outlook
Biz & Insight
2026-04-13 123

 

 기업에서 AI 전환(AX)이 기술 활용을 넘어 조직문화 전반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투명성을 기반으로 한 신뢰 구축, AI와 공존하는 리더십 그리고 인간의 독립적 사고 역량을 키우는 제도와 환경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2026년은 AI라는 ‘새로운 엔진’을 얹을 일이라는 ‘차체’를 다시 조립해야 할 때다.

 


 

 한 기업의 책상 위에 서로 다른 메시지를 담은 두 개의 보고서가 놓여 있다. 하나는 ‘AI 도입 현황 및 결과 보고서’다. 전 직원에게 생성형 AI 계정을 지급했고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교육을 완료했으며 사내 지식 관리 시스템에 대형 언어 모델(LLM)을 연동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형식만 놓고 보면 AI 전환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듯 보인다.

그러나 나란히 놓인 ‘경영 성과 보고서’는 다른 질문을 던진다. AI에 대한 투자는 늘었지만 생산성은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AI를 쓰느라 오히려 더 바빠졌다”라는 반응도 나온다. 기술 도입의 성과와 실제 업무 체감 사이에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하나의 시나리오로 가정한 상황이지만 이 간극은 분명 실체가 있다. 정체는 바로 ‘생산성의 역설(Productivity Paradox)’이다. 

지난 2년여간 많은 조직이 기존의 일하는 방식은 유지한 채 그 위에 고성능 AI라는 엔진만 얹어 왔다. 마차의 구조를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말 대신 스포츠카 엔진을 단 셈이다. 구조를 바꾸지 않은 마차는 엔진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비효율을 키운다.

이 지점에서 2026년은 분기점이 된다. ‘도구를 얼마나 도입했는가’의 시대는 저물고 ‘일을 어떻게 설계하는가’의 시대로 이동한다. 이제 경영진의 질문은 ‘어떤 AI 모델을 쓸 것인가’가 아니라 ‘워크플로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

 

2025년의 교훈: 프런티어 기업은 무엇이 달랐나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2025년 발간한 기업의 AI 활용에 관한 보고서는 우리에게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다. 핵심은 이제 ‘단순 도입한 기업(Deployers)’과 ‘재구조화한 기업(Redesign1))’으로 양분됐다는 사실이다.

단순 도입 기업은 AI를 개인 비서처럼 활용한다. 이메일 작성, 회의록 요약, 보고서 분석 등 업무 속도를 높이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절약된 시간은 다시 다른 잡무로 채워지기 쉽다. 반면 프런티어 기업은 워크플로 자체를 재설계(Redesign)해 AI를 프로세스의 일부로 편입한다. AI가 선행 작업을 수행하고 인간은 이를 검토하고 판단하는 역할을 맡는다.

BCG의 분석에 따르면 워크플로를 재설계한 기업의 직원은 단순히 도구만 사용하는 경우보다 두 배 이상의 시간을 절약했다. 그 시간은 창의적 혁신과 고객 관계 강화에 재투자됐다. 이 차이가 2026년 기업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격차가 될 것이다.

1) BCG 보고서에서 Reshape으로 언급한 것을 워크플로 재셜계(Redesign Workflows)의 관점에서 Redesign으로 명기함

 

일의 재설계(Work-Redesign) 산업별 적용 사례


 ‘워크플로를 재설계하라’라는 말은 다소 추상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일부 제조와 금융 산업에서는 이미 ‘일의 재설계(Work-Redesign)’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단순 자동화가 아니라 업무를 과업(Task) 단위로 해체하고 다시 조합하는 과정에 가깝다.

다음에 소개하는 사례는 국내 산업 전반의 보편적 모습이라기보다 일부 해외 기업에서 관찰된 제한적 사례다. 하지만 일의 재설계가 실제 업무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이해하는 데는 충분한 참고가 될 것이다.

【 Case 1 】제조 품질 관리(QC)

 기존 방식

생산 라인에서 제품이 완성되면 QC 담당자가 샘플을 육안과 장비로 검사한다. 불량이 발견되면 관련 데이터를 엑셀로 정리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팀장 보고와 대책 회의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숙련된 엔지니어는 단순 반복 검사와 문서 작업에 전체 업무 시간의 약 70%를 소모한다.

일의 재설계

비전 AI가 전수 검사를 수행해 불량품을 즉시 분류한다. 동시에 불량 발생 시점의 설비 데이터(온도 압력 등)를 자동으로 매핑해 1차 원인 분석 리포트를 생성한다.

QC 담당자는 더 이상 직접 검사를 수행하지 않는다. AI가 생성한 리포트를 기반으로 근본 원인 분석과 공정 최적화 시뮬레이션에 집중한다. 또한 확보된 시간을 활용해 협력업체의 품질 수준을 높이기 위한 기술 지도와 개선 활동을 수행한다.

【 Case 2 】금융 자산 관리

 기존 방식

PB는 매일 아침 시장 뉴스를 수집해 정리하고 고객별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엑셀로 계산한다. 이후 고객에게 안부 전화를 건 뒤 상품 제안서를 작성하고 미팅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시장 분석과 문서 작업에 많은 시간이 투입돼 정작 고객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

 일의 재설계

AI가 밤사이 글로벌 시장 변화를 분석하고 고객별 보유 자산에 미칠 영향을 시뮬레이션해 초개인화된 제안서 초안을 세 가지 유형(안정형, 중립형, 공격형)으로 생성한다.

PB는 출근 직후 AI가 생성한 제안서를 검토하고 보완한다. 확보된 시간은 자녀 교육, 은퇴 이후 삶 등 고객의 라이프 플래닝을 중심으로 한 심층 상담에 투입한다. 역할의 중심이 단순 수익률 관리에서 고객에 대한 공감과 깊은 관계 형성 차원으로 이동한다.

 

성공적 일의 재설계를 위한 방법론


 앞서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일의 재설계는 AI가 일을 대체하는 과정이 아니다. 인간이 더 가치 있는 업무로 이동하도록 구조를 재편하는   방식이다.

최근 클로드 개발사인 앤스로픽은 생성형 AI와의 협업이 실제 업무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에 대해 발표했다. 앤스로픽이 130여 명의 개발자와 연구진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데이터 분석을 진행한 결과는 흥미로웠다. 언어 모델을 활용할 수 있는 대부분의 지식 노동에서 작업 시간이 크게 단축됐기 때문이다. 평균 90분이 걸리던 업무가 15분 내외로 줄어든 사례도 확인됐다.

이러한 결과만 놓고 보면 생성형 AI와의 협업은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분명한 효과가 있다. 그러나 어떤 구성원은 의문을 갖는다. ‘일이 빨라지면 또 다른 일이 주어지는 것은 아닐까.’

문제는 속도 자체가 아니다. 생성형 AI는 업무의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일의 가치나 기획, 창의 영역까지 자동으로 확장해 주지는 않는다. 본질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단순한 도입을 넘어 자신이 수행하는 일을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일의 재설계의 선행이 중요하다는 점은 앤스로픽의 보고서뿐 아니라 다수의 글로벌 기업에서도 공통적으로 강조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KMAC가 제안하는 프레임워크는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그런데 이번에도 의문이 따라온다. ‘이 역시 AI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프레임에 맞춰 AI에 일정한 재료를 제공하면 그럴듯한 결과물은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 프레임워크의 핵심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에 있다. 업무를 과업 단위로 나누고 목적과 흐름을 다시 살피고 직접 작성하며 토론하는 과정에서 성찰이 발생한다. 

내가 수행하는 일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시간 대비 가치는 어떠한지를 돌아보는 경험이 쌓인다. 이 과정을 통해 진짜 노동과 형식적인 노동을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글로벌 기업들 역시 일의 재설계를 AI가 아니라 사람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있다.

 

2026년 HR의 핵심 과제: 기술보다 중요한 ‘신뢰’


 기술적 설계가 아무리 완벽해도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실패한다. 여기서 전 세계 HR의 흐름을 주도하는 SHRM의 메시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HRM이 2025년 6월 이후 발표한 연구 자료는 일관되게 “AI 성공의 열쇠는 기술(Tech)이 아니라 신뢰(Trust)와 문화(Culture)에 있다”라고 강조한다.

【  SHRM Insight ① 】 투명성이 수용성을 결정한다

SHRM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AI가 개인의 업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기업이 투명하게 공유할수록 직원의 AI 수용도는 두 배 이상 높아진다. 반대로 고용 불안을 느끼는 조직에서는 데이터 은폐나 AI 활용 회피 같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6년 HR의 중요한 역할은 ‘투명한 AI 거버넌스’를 분명히 선언하는 데 있다. AI로 절약된 시간이 구조조정이 아니라 개인의 역량 강화와 커리어 성장(Upskilling)에 사용된다는 명확한 심리적 계약이 요구된다.

【  SHRM Insight ② 】 AI와 공존하는 리더십

‘리더십의 재정의’도 필요하다. 과거의 리더가 정답을 제시하는 존재였다면 AI 시대의 리더는 더 나은 질문을 던지고 팀원의 감정을 살피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최근 자료에서는 ‘인간 개입(Human-in-the-loop)’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AI의 판단에 인간이 개입하고 최종 책임을 지는 윤리적 구조를 만드는 일이 HR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  SHRM Insight ③ 】 인간의 독립적 능력

최근 발표된 가트너 보고서는 생성형 AI 시대에 AI 활용 능력이 채용 기준에서 중요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주목할 점은 ‘AI-프리(Free)’ 개념의 등장이다. AI와의 협업은 인간의 역량을 증강시키지만 방식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사고력을 약화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SHRM은 이를 인지 저하(Cognitive Decline)로 설명하며 최근 연구들은 인지 부채(Cognitive Debt)라는 개념으로 이야기한다. 빠른 결과를 얻는 대신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하는 과정이 생략될 때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감력, 윤리 의식, 전략적 사고와 같은 인간 고유의 능력은 오히려 더 중요한 가치로 부각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말한 ‘메타 스킬’ 역시 이러한 맥락에 놓여 있다.

AI 시대 리더의 역할은 ‘설계자(Architect)’


 2026년은 AI라는 거대한 변화가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전면적으로 흔드는 해가 될 것이다. 이 흐름에 휩쓸릴 것인지, 아니면 주도적으로 방향을 설계할 것인지는 준비된 워크플로에 달려 있다. KMAC는 2026년을 앞둔 경영진에게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무분별한 AI 도입을 잠시 멈추고 조직의 업무 흐름을 과업 단위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Stop & Audit)

둘째, 전사 확산에 앞서 특정 부서를 선정해 일의 재설계를 실험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Redesign Pilot) 재무나 고객센터처럼 효과가 명확히 드러나는 영역에서 체계적인 프레임워크를 적용해 내부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셋째, 기술 투자만큼 직원 신뢰와 변화 관리에 대한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Invest in Trust) 구성원이 안심하지 못한 상태에서 AI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미래는 예측의 대상이 아니라 설계의 결과다. 2026년, 조직이 AI와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구조로 전환할 수 있을지는 지금 어떤 설계를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컨설턴트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