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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경영 트렌드] 직무 중심으로 변하는 채용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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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황은 일하는 방식뿐 아니라 다른 HR 프로세스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 중 하나가 채용이다. 대표적인 예가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AI에 기반한 서류 전형과 면접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방식 또한 공개 채용에서 수시 채용으로 바뀌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변화하고 있는 채용 패러다임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 4000여 명을 대상으로 소속 학부 졸업생과 졸업 예정자 등의 예상 취업률을 조사한 결과 평균 44.5%로 나타났다. 물론 예상치이긴 하지만 2014년 이후 5년간 졸업생의 실제 취업률이 62.6∼64.5%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분명히 어두운 전망이다.
    채용 시장이 점점 더 긴축되고 있다. 공급이 많고 수요가 적으면 수요자인 기업 입장에서는 여유롭게 인력을 고를 수 있을 것 같지만 기업은 늘 쓸 만한 사람이 없다고 난리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업은 자사에 적합한 인력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그러한 노력들이 차곡차곡 쌓여 채용의 패러다임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채용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 채용 패러다임의 변화 또한 시대 변화의 산물이다. 우선 불안한 경제 상황이다. 저성장이라는 뉴노멀 시대에 코로나19로 커다란 한 방을 얻어맞은 기업들은 생존 여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신규 인력을 마음껏 뽑을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관행적으로 진행하던 대규모 공채가 소규모 수시 채용 형태로 변하고 있다.
    둘째로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사람에 의해 수작업으로 진행되던 기존의 많은 작업들을 자동화하고 있다. 여기에 ‘기계’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바로 이성보다 감성에 종종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원자들 사이에서는 면접관이 과연 객관적으로 평가하는가, 다른 면접관들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가 등의 이슈가 늘 제기된다.
    마지막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부상이다. 지난해 잡코리아와 알바몬의 밀레니얼 세대 구직자 특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을 구할 때 고려하는 1순위는 ‘직종’이었고 그 다음이 ‘연봉’이었다. 과거 조사에서 전통적으로 1순위였던 연봉이 세대가 바뀌면서 2순위로 밀린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돈보다도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에 더 관심을 둔다. 신규 직원이 될 밀레니얼 세대의 니즈에 맞춰 높은 급여를 제공하는 것보다 그들이 수행할 직무를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공채에서 수시 채용으로


    서구 기업에게는 공채라는 개념이 없다. 직무주의를 표방하기 때문에 수시 혹은 상시 채용이 일반적이다. 우리와 유사하게 공채 위주의 채용을 하던 일본 기업들도 심각한 인력난 극복과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지난해부터 공채 이외에 수시 채용 방식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이미 2015년부터 연중 수시 채용을 통해 관련 분야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있다.
    인크루트의 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들의 채용 방식이 공채에서 수시 채용으로 확연하게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공채 방식이 줄고 수시 채용이 증가하고 있는데 올해 하반기 조사 결과를 보면 수시 채용 비율이 공채 비율을 역전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IT 기업들은 사업 특성상 이미 몇 해 전부터 수시 채용으로 전환했고 SK, LG, 현대자동차그룹 등 대기업들도 공채 외에 수시 채용을 활용한다.
    공채는 대규모의 채용이 가능하며 규모의 경제 효과로 제도 실행에 편리성이 존재하는 반면 전문 기술 인력의 확보가 어렵고 비효율적인 조직 및 인력 운영의 폐해가 존재한다. 특히 대기업의 공채는 한 번 선발하는 데 보통 100명 이상의 인원을 계획하며 수십 혹은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하기 때문에 서류 검토부터 면접까지 일련의 과정은 매우 큰 호흡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프로세스가 무겁다.
    이를 위해 인사 부서 인력 전원이 투입되어 프로세스를 운영하기 때문에 다른 업무는 거의 정지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주어진 시기 이외에 적시에 적합한 인력을 선발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채용 때마다 HR 부서와 현업 부서 간 갈등도 발생한다. HR 부서의 조사 시 현업 조직은 필요 인력을 요청하지만 HR 부서는 선발 규모를 전사 최적화 관점에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현업 부서들의 모든 요청을 다 받아들일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가감의 절차를 거쳐 최종 인원을 결정한다. 따라서 현업 부서는 항상 인력이 부족하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반면 수시 채용은 인력이 필요한 부서가 그때그때 채용 절차를 운영하는 방식이라 프로세스가 상대적으로 가볍다. 해당 부서는 필요 인력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인성이나 성격이 아닌 해당 부서에서 필요한 직무 수행 능력이나 전문성 등에 초점을 두고 지원자를 평가한다.
    그러나 수시 채용은 HR 부서의 현업 부서 지원에 한계가 있다. 현업 부서의 인력 소요가 발생하게 되면 그때마다 채용 프로세스를 운영하는데 이러한 프로세스는 대규모로 진행을 하든 소규모로 진행을 하든 동일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소규모라고 특정 절차를 생략할 수는 없다.
    따라서 HR 부서가 지원해야 하는 일은 동일하다. 투입 인력, 시간의 차이가 날 뿐이다. 그런데 이런 프로세스가 한 부서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복수의 부서에서 유사한 기간에 요청이 오게 되면 HR 부서의 지원이 힘들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더 큰 문제는 현업 부서가 HR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이다. 기업은 조직 적합성(Cultural fit)과 직무 전문성을 동시에 가진 사람을 원한다. 조직 적합성만 강조하면 ‘선량한 바보’를, 직무 전문성만 강조하면 ‘천재 사기꾼’을 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업 부서 주도의 면접은 전문성을 평가하는 데는 유용할 수 있으나 조직 적합성을 평가하는 데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HR 부서의 지원이 필요한데 앞서 언급한 대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다.





    채용 프로세스에 AI가 들어오다


    이러한 상황에 전 세계적으로 채용 과정에 AI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2017년 딜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미국 기업의 33%가 이미 서류심사와 면접 등에 AI를 활용하고 있었다. 국내 기업의 경우 2018년에 87개사, 지난해에는 140개사, 올해는 300개 기업이 AI 면접 방식을 도입한다고 한다.
    AI를 도입하는 첫 번째 목적은 사람이 수행하는 수작업 시간의 절약이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상반기 공채에 자기소개서 평가 분석 AI 솔루션인 ‘에이브릴(Aibril)’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1명의 자기소개서를 검토하는 데 단지 3초가 소요되며 1만 명을 기준으로 하면 약 8.3시간이 걸린다.
    1만 명의 자기소개서를 HR 담당자가 검토한다고 가정하면 10명이 하루 8시간을 투입해 총 7일이 소요된다고 하니 시간과 사람의 투입량 절감이 가히 획기적이다.
    지원자의 SNS 등 온라인 활동 내역을 참고하는 경우도 있다. 구글의 경우 AI를 통해 지원자의 SNS 활동을 모니터링해 구글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보유하고 있는지, 그 반대인지를 파악한다.
    서류 전형뿐 아니라 면접에도 AI가 투입된다. AI의 인터뷰 수준은 이미 사람 면접관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미국의 AI 면접 시스템인 마이어(Mya)를 경험한 지원자의 73%가 상대방이 AI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한다.
    면접 과정에서 질문과 답변만 주고받는 것은 아니다. 목소리와 표정 변화, 심장 박동, 뇌파 등의 생체 신호를 분석해 지원자의 성격과 답변의 신뢰성을 평가한다. 국내 업체인 마이다스아이티가 개발한 ‘인에어(inAIR)’는 얼굴 표정 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답변의 진정성을 판별한다. 과장되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아니면 정직하게 말하고 있는지에 대해 일종의 거짓말 탐지기 기능도 수행한다.
    그러나 지원자의 온라인 활동 내역이나 표정과 같은 생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프라이버시 이슈가 존재한다. 과거의 활동 내역을 기반으로 현재는 바뀌었을지도 모르는 지원자의 태도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오류일 수도 있다. 또한 생체 신호의 변화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현재까지 명확하게 연구 결과로 밝혀진 것은 없다.
    AI를 도입하는 두 번째 목적은 면접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데 있다. AI 면접은 사람 면접관의 경험이나 편견에 의존하던 평가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전에는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해 평가사(Assessor)라는 사내 면접 평가 전문가를 육성하기도 하고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기도 했으나 효과는 크지 않았다.
    AI 면접은 평가 기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면접관 간의 편차도 줄일 수 있다. AI 혼자서 진행하기 때문에 평가의 일관성은 기본적으로 확보된다. 극단적으로 가정해서 AI가 틀린 기준으로 평가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모든 지원자에게 동일하게 잘못된 기준으로 적용되는 일관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AI 면접은 시공간적 제약이 없다. 지원자가 아무리 많아도 수행 가능하며 지원자가 직접 회사를 방문하지 않고 인프라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면접이 가능하다.




    ‘사람’에서 ‘직무’로 채용 기준이 변해야


    수시 및 AI 채용의 확산이라는 두 변화의 공통점은 채용에 있어서 HR 부서 주도 관행이 깨지고 있다는 것과 사람 중심에서 직무 중심으로 채용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시 채용의 확산은 선발의 핵심 역할을 HR부서에서 현업 부서로 이동시키고 있으며 AI 채용의 확산은 면접의 주축을 HR 부서에서 AI로 바꾸고 있다. 아직은 AI 채용이 공채에서 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시 채용과의 교감이 적으나 조만간 수시 채용에도 AI가 도입될 것이다.
    채용에 있어서 그간 HR 부서 주도 관행을 벗어나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채용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현업 조직에 이양함으로써 현업 조직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직무와 인력에 대해 더 고민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선발한 인력에 대해 보다 강한 책임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현업 부서가 이러한 권한과 책임에 부담을 느끼고 일련의 선발 과정을 새로운 업무 부담으로 생각해 HR 부서에게 맡긴 것도 사실이다. 이제 현업 조직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채용 패러다임의 변화는 사람 중심 HR인 속인주의에서 직무 중심 HR인 직무주의로 변화하려는 HR 패러다임이 전제되어 있다. 수시 채용은 현업 부서에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기능의 업무를 수행할 인력을 선발하기 때문에 직무 전문성을 중시한다.
    반면 기존의 공채 방식은 사람 중심 HR의 전형적인 도구로 직무 전문성보다는 조직 적합성을 우선해 선발했다. 전국에 있는 우수 집단의 인력을 우선 확보하고 전공 분야, 개인 역량, 희망 업무를 무시한 채 사람이 모자란 부서로 배분하는 형식이었다.
    사람 중심 HR과 직무 중심 HR 중 어떤 것이 더 나은지에 대한 논쟁은 의미 없다. 단 이미 경영 환경은 저성장 기조, 인력의 고령화, 기술 발달로 인한 저부가가치 업무의 자동화 등으로 사람에서 직무로 변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채용 패러다임의 변화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안타깝긴 하지만 앞으로의 HR은 직무를 사람보다 우선 순위에 두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조성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sizif@posri.re.kr


    - 출처 : 월간 CHIEF EXECUTIVE 2020년 11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