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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위험한 ‘선택적 정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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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직은 당연히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그래서 많은 리더들은 ‘저 친구는 참 솔직해’라는 것을 좋은 평가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런데 그 사람이 언제 주로 솔직하고 정직해지는가를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 행동이 ‘선택적 정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택적 분노 못지않게, 아니 오히려 그보다 더 선택적 정직의 폐해는 크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마크 저커버그의 중요한 장점 중 하나로 ‘사람들이 저커버그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이야기하면 그 사람이 무엇을 말하지 않고 있는가에도 항상 절반의 관심을 두는 능력’을 꼽았다. 왜냐하면 인상 깊고 심지어 감동을 줄 정도로 정직한 사람이 사실은 가장 나쁜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점을 간과하면 선택적으로만 정직한 아주 질이 안 좋은 사람을 최측근으로 둘 수도 있다. 이를 심리학자들은 ‘선택적 정직’이라고 부른다. 



     

    선택적 정직은 무엇인가
    얼마 전부터 선택적 분노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자기에게 필요할 때만 부정에 분노하고 정의를 앞세우며 별 상관이 없거나 불리할 때는 오히려 입을 다무는 경우를 비꼬는 표현이다. 
    그런데 정직함에도 선택적인 경우가 있으며 그 폐해는 더 크다. 이기심과 결탁한 정직이 가장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절묘한 연구¹⁾를 시카고대의 이타성 연구자인 엠마 레바인 교수가 최근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일종의 게임을 하도록 했다. 게임은 자신과 파트너 각각에게 주어질 보상을 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첫 번째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는 기본, 이기, 이타에 각각 해당하는 세 가지의 옵션이 주어졌다. 옵션이라는 것은 결국 참가자들이 그 셋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기본 옵션을 선택하면 각 플레이어가 균등하게 0.25달러를 받는다. 이기적인 옵션을 취하면 참가자가 0.55달러를 받고 파트너는 0.05달러만을 받을 수 있다. 자신이 무려 11배를 더 가져가니 이기적이다. 반대로 마지막 이타적 옵션을 선택하면 참가자가 0.05달러를, 자신의 파트너는 0.55달러를 받을 수 있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단 5%만이 이타적 옵션을 선택했다. 나머지 옵션은 거의 비슷한 비율인 45% 정도로 각각 선택됐다. 이 비율을 잘 기억해 놓을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것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사람들의 선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후의 두 번째 실험에서는 약간 더 복잡한 세팅이 추가됐다. 참가자들에게 컴퓨터가 임의로 선택한 것이라며 1~9 사이의 수를 하나 알려준다. 수가 홀수일 경우 참가자들은 이기적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반면 짝수면 이타적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옵션이든 선택하려면 자신이 받은 수를 상대방에게 알려줘야 한다. 즉 진실을 말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어떤 수를 컴퓨터가 뽑았는지 말하지 않는다면 참가자들은 기본 옵션만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컴퓨터가 선택한 수를 정직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거짓으로 파트너에게 수를 이야기해서 이익을 취할 수도 있다. 일종의 뻔뻔스러운 거짓말이다. 




    누구나 가능한 선택적 정직
    이 두 번째 실험의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컴퓨터가 홀수를 뽑았을 때, 즉 이기적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경우에는 75%나 되는 참가자들이 상대방에게 그 수를 솔직히 말했고 그 결과로 자신이 훨씬 더 큰 이득을 취했다. 즉 적극적으로 정직해진 것이다. 
    하지만 짝수가 나왔을 때는 18%만이 진실을 얘기해서 상대방이 더 많은 금액을 받게 했다. 심지어 컴퓨터가 뽑은 수가 짝수가 아니라고 거짓말을 한 사람은 39%나 나왔다. 나머지 43%의 참가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본 옵션을 선택했다.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가 예상될 때와 그 반대일 때 사람들의 정직함은 극명하게 갈린 셈이다. 
    게다가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람들이 진실을 말할 기회를 매우 적극적으로 사용했다는 결론도 가능하다. 왜냐하면 정직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는 첫 번째 실험에서는 이기적 옵션을 선택한 사람이 45%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자신의 큰 이익을 위해 정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니 그 비율은 75%로 급상승한 것이다. 
    연구의 결과가 이야기하는 바는 명확하다. 선택적 분노뿐 아니라 선택적 정직도 얼마든지 가능하며 타인에게 피해를 줌으로써 자신이 이득을 볼 수 있는 경우를 정직함으로 정당화할 수 있다면 최대한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정직할 때는 그 사람이 그 정직함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특히 피해자나 손실 보는 사람이 생길 경우 말이다.  


    1) Levine, E. & Munguia Gomez, D. ‘“I’m just being honest.” When and why honesty enables help versus harm’,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20(1), 33–56(2021)
     

     
      
    출처 : 월간 CHIEF EXECUTIVE 202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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