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곧 사라질 직업 목록에 항상 이름을 올리는 것 중 하나가 택시 드라이버다. 하지만 그 변화가 당장 눈앞에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 무인 택시가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하면서 이는 더 이상 수년 후의 얘기가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중국의 무인 택시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포니.ai(Pony.ai)’에 대해 소개한다.
포니.ai는 구글어스의 기술자를 거쳐 바이두에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 책임자를 맡았던 펑쥔과 러우톈청이 중심이 되어 2016년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회사다. 구글에서 광고 시스템을 개발한 펑쥔은 2012년 바이두에 합류하면서 미국 연구소의 수석 아키텍터로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던 가운데 2015년 구글 출신의 러우톈청이 바이두에 합류했다. 러우텐청은 중국 칭화대의 최고 수재들이 모이는 야오반(姚班) 출신으로 그는 바이두에 합류한 후 최연소로 T10급 엔지니어의 자리에 올랐다.
구글, 바이두를 거친 두 수재의 만남두 사람은 바이두의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에 몰두했고 치열한 그 분야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바이두에서 일을 하던 두 사람에게는 공통의 고민이 있었다. 그것은 바이두의 관료적인 사내 분위기 속에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점이었다. 결국 두 사람은 같이 바이두를 떠나 자율주행 분야에 다가오는 거대한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고 싶다는 절박함을 바탕으로 포니.ai의 창업에 뛰어들었다.
펑쥔과 러우톈청이 포니.ai를 창업했을 당시 미국의 자율주행 시장은 구글, 제너럴모터스의 크루즈, 그 외 여러 기업들이 치열하게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동시에 중국에서는 그들이 몸담았던 바이두를 필두로 다양한 스타트업이 참여하면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각 기업은 시장의 우위를 점하고 개발 비용을 효율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연대를 모색했다. 그 결과 자율주행 차량 생태계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포니.ai는 다른 기업과의 연대나 파트너십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길을 택했다. 특히 레벨 4로 불리는 고도의 무인 자율주행 기술을 실용화하는 데 전념하면서 독자적인 기술력을 쌓는 데 몰두했다. 이러한 전략 덕분에 포니.ai는 자율주행 업계에서 마치 외부의 도움 없이 자신들만의 기술 내공을 쌓아가는 ‘수도승 같은 회사’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주변의 평가와는 상관없이 펑쥔에게는 확고한 전략이 있었다. 그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에베레스트 등반에 비유하며 등반 중 베이스캠프에서 기상과 지형을 확인하고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듯 기술 개발에서도 신중하게 단계를 밟아가는 방식을 고수했다.
펑쥔은 “자율주행 기술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초반에는 기술 성숙이 가장 중요하다. 기술의 성숙은 계속해서 박차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라고 강조했다. 포니.ai는 이런 신중한 접근으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추진해 나갔다.
집념으로 쌓아올린 포니.ai의 기술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술 개발을 추진했을까. 포니.ai의 기술자들에게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불확실성이 존재했지만 그리 복잡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들은 도로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 된다는 기본 원칙을 따랐다.
하지만 문제의 수가 많다는 점은 분명한 도전이었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 개발 과정에서는 다양한 트레이드오프(Trade-offs)가 발생했다. 즉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그로 인해 다른 부분에서 상충하는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 빈번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차량이 코너를 제대로 돌지 못할 경우 회전 반경을 크게 해 해결 가능하다. 그러나 이 방법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마치 병을 치료할 때 특정 약물을 과다하게 사용하면 부작용이 생기는 것과 비슷하다. 간을 치료하면 신장이 악화되는 상황처럼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서도 다시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를 고려해야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포니.ai는 조직구조를 지나치게 세분화하지 않고 모든 기술 개발팀이 문제를 함께 파악하고 해결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예를 들어 차선 변경 기술을 개선할 때는 감지와 제어 분야의 인력들이 모두 참여하는 팀을 구성해 일정 기간 차선 변경에만 집중했다. 동시에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도 지속적인 개발을 이어갔다. 수평적인 협업과 수직적인 전문성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 것이다.
그런데 펑쥔이 추구한 방식은 사실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는 제약 산업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접근이다. 제약회사가 신약을 개발할 때는 보통 10년이 걸리며 초기에는 동물 실험을 통해 효과를 검증하고 상업화 단계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다. 펑쥔은 이 신약 개발 단계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임상시험 단계 같은 과정으로 ‘로보택시(Robotaxi)’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러나 로보택시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했다. 펑쥔은 상용화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고 팬데믹 동안 레벨 2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며 하드웨어 제품을 판매해 재무 상황을 개선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 전략은 팬데믹 이후 로보택시 상용화를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됐다.
중국 무인 택시 시대의 서막2019년부터 중국에서는 자율주행 택시의 상업 운행이 시작됐지만 당시 법 규정에 따라 ‘안전요원’이라 불리는 승무원이 반드시 운전석에 앉아야 했다. 그러다 2023년 4월 베이징에서는 정해진 구간을 운행하는 조건으로 운전석에 아무도 앉지 않은 무인 택시의 상업 운행이 허가됐다.
이로 인해 무인 택시는 사람들의 큰 호기심을 자극하며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23년 처음 도입된 무인 택시에는 운전석엔 사람이 없으나 조수석에 안전요원이 동승하고 있어 진정한 의미의 무인 택시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이후 2023년 6월 광둥성 광저우에서 처음으로 안전요원이 전혀 탑승하지 않은 ‘완전 무인’ 택시의 시험 운행이 가능해졌고 포니.ai는 로보택시를 선보였다. 2020년에는 토요타의 렉서스 차량에 자율운행 시스템을 탑재했고 2023년부터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4개 도시 일부 구간에서 로보택시의 테스트 영업을 시작했다.
다른 경쟁사들을 제치고 포니.ai가 주목받은 이유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4개 도시 전부에서 영업 허가를 취득한 점과 자율주행 기술의 6단계 중 현재 기준 가장 높은 수준인 레벨 4 기술을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니.ai의 로보택시는 렉서스 차량 상부에 장착된 카메라와 레이더를 통해 물체와의 거리 및 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한다. 차량 내부에는 운전석 옆에 한 개, 뒷좌석 앞에 두 개의 모니터가 설치돼 있으며 맞은편 차량, 도로 위의 보행자, 자전거, 오토바이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표시한다. 탑승자는 이 모니터를 통해 주변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로보택시는 앱으로 쉽게 호출할 수 있으며 좌석 앞에 있는 태블릿에서 ‘주행 시작(Ride Start)’을 터치하면 차량이 잠시 후 자동으로 출발한다. 시속 50~60㎞의 속도로 안정적으로 운행하며 추월, 유턴, 차선 변경 등 다양한 주행 상황에서도 매끄러운 성능을 보여준다.
탑승자는 로보택시가 감지한 사람과 차량을 모니터를 통해 선명하게 볼 수 있어 안심할 수 있다. 또한 렉서스 SUV가 제공하는 쾌적함은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게다가 일반 택시보다 저렴한 이용 요금을 책정해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였다.
하지만 몇 가지 불편한 점도 존재한다. 로보택시를 호출할 때 고객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승차 지점과 목적지를 선택하게 되는데 교통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10~15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이는 일반 택시의 3~5분에 비해 상당히 긴 대기 시간이다.
또한 승하차가 가능한 지점이 한정돼 있어 미리 지정된 장소에서만 차량을 호출하거나 하차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비록 선택할 수 있는 승하차 지점이 많긴 하지만 결국 ‘스테이션 투 스테이션(Station To Station)’ 방식이라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제약은 초기 시장에서 로보택시가 지속적으로 고객을 확보하는 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굴곡의 시간을 휴식의 시간으로펑쥔은 로보택시를 4개 도시에서 도입한 이후 무인 자율주행 시스템의 안전성과 완전 무인 자율주행이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이에 대해 그는 한결같은 대답을 내놓는다. “무인 운전이 인간 운전보다 훨씬 더 안전하고 효율적이라고 확신한다.”
펑쥔의 경우 사람은 피로, 주의 산만, 감정 상태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운전에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자율주행 차량은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강조한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24시간 동안 일정한 성능을 유지하면서 다수의 센서와 고성능 컴퓨팅 기술을 통해 주변 환경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신속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더욱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펑쥔은 무인 자율주행 시스템이 단순히 운전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교통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무인 택시가 보편화되면 운전자의 고용 문제가 해결될 뿐만 아니라 교통 시스템 전반이 효율화되면서 결국 무인 택시의 수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는 가까운 미래에 사람들이 더 이상 차량을 소유할 필요 없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구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포니.ai가 지금까지 극복해 온 것처럼 수많은 굴곡과 도전을 넘어야 한다. 펑쥔이 말하는 굴곡은 흔히 생각하는 어려움이나 장애물과는 조금 다르다. 그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굴곡은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이며 특히 창업 이후 이러한 굴곡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하는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기술 개발은 산을 오르는 것에 비유된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도 마찬가지인데 펑쥔은 처음부터 최종 목표를 레벨 5 자율주행으로 설정하고 달려가는 방식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레벨 2에 머무는 상황에서 직원들이 계속해서 최종 목표만 바라본다면 성취감을 느끼기보다는 한계를 절감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펑쥔은 레벨 5라는 최종 목표(정상)에만 집착하기보다 자율주행 차량 개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부딪히는 굴곡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봤다. 즉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산을 오르면서 맞이하는 수많은 고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듯 기술 개발 과정 또한 그러한 굴곡을 넘는 과정과 같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처럼 펑쥔은 굴곡을 단순한 장애물로 보는 대신 휴식의 과정으로 재정의했다. 그리고 이 휴식의 과정이 오히려 레벨 4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기회가 됐고 결과적으로 개발 속도와 성과를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산을 오르듯 차근차근 기술을 개발하는 포니.ai의 이러한 방식은 보수적인 기업으로 알려진 토요타마저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했다. 토요타는 2020년부터 포니.ai에 4억 달러를 투자했고 이 협력을 바탕으로 포니.ai는 자율주행 기술에서 바이두 같은 경쟁사들을 앞지르며 중국 무인 택시 시장의 리더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교통 안전의 새 시대를 열다테드(TED) 기술자인 세바스찬 스런은 교통사고로 절친을 잃은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자율주행 기술이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무인 택시는 음주운전이나 졸음운전 등 인간의 실수로 발생하는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자율주행 기술이 단순히 편의성을 넘어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포니.ai의 무인 택시는 이러한 가능성을 실제로 구현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높은 수준의 안전성과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통해 더 이상 도로 위에서 사고의 위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